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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I. : 서론 만인 평등사상인 자유주의와 그 구현 방안
국가 혹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평등한 자유를 누리는 일이 과연 가능한 걸까 이상에 불과한 거라면 완벽하진 않을지라도 그 이상에 근접할 방안에는 어떠한 것이 있을까 이 글에서는 적어도 , 한국의 경우에서는 합의제 민주주의로의 전환이 그나마 가장 현실적인 방안일 거라고 주장한다.왜 그렇다는 것인지 그 논거를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16 18 세기에서 세기에 걸쳐 형성된 자유주의는 만인 평등사상에 의거한 시민혁명을 통해 절 대군주제와 신분제 사회를 무너뜨리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평등한 시민사회를 건 설하는데 기여한 진취적인 사회사상이었다 이근식 그런데 세기에 들어 그 자유주의가 자본 ( 2009). 19 주의의 발달과 함께 자유시장주의로 변질되면서 즉 자유주의란 곧 경제적 자유 지상주의인 것처럼 , 왜곡되면서 자유주의의 평등 지향적이며 역동적인 정신은 시장과 자본가들에 의해 결박되었다 자유 . 주의는 무기력해졌고 그것은 그저 권력과 돈 많은 사람을 더 이롭게 하는 수구 이념으로 전락하였다 19세기 말에는 이 터무니없는 상황을 바로잡고자 자유주의의 진보성 회복 움직임이 거세 게 일어났다. 존 스튜어트 밀 토머스 힐 그린 레너드 홉하우스 등이 앞장섰던 ‘사회적 자유주의’ 혹은 자유주의적 수정주의의 부상이 그것이었다. ‘경제적 자유주의 의 시대라고 불리던 세기의 ’ 19 전 기간 동안 유럽 선진국들에서는 자본주의의 발전으로 국부는 엄청나게 늘었으나 빈부격차의 심 화로 인해 노동자 등 시민의 대다수는 오히려 더욱 비참한 환경에 빠지는 일이 벌어졌다 사회적 . 자유주의자들은 이제 시민 대다수의 자유를 위협하는 것은 빈곤 실업 대자본가의 횡포 공공재 부족 등과 같은 자본주의의 폐해인 세상이 되었으며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 시민의 자유 , 를 수호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시장 개입이 필수라는 주장을 펼치기 시작했다. 경제적 자유주의로 변질된 고전적 자유주의 로부터 벗어나 사회적 자유주의를 강조 ‘ ’ 하는 독 자적 자유주의 노선이 탄생한 것인데(Kloppenberg 1986), 그것은 사회경제적 약자들을 포함한 모 든 시민의 빈곤과 소외 그리고 공포로부터의 자유 등을 중시하는 새로운 자유주의 이념이었다 이후 최소정부주의 혹은 경제적 자유주의를 앞세우거나 수용하는 그 이전의 자유주의와 구분하기 위 해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이 사회적 자유주의류의 사상을 진보적 자유주의 로 부르기도 했다 ‘ ’ . 사회적 자유주의의 주창자 가운데 한 사람인 밀이 자유론 에서 강조했던 그 유명 J. S. 『 』 한 자유주의의 핵심 원리를 서병훈의 번역문을 통해 상기해보자 밀( 2013, 177). “각 개인은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의 이해관계에 해를 주지 않고 자기 자신에게만 영향을 미칠 때 사회에 대해 책임 지지 않는다 다른 말로 하자면 각 개인의 자유는 타인에게 부당한 피해를 주지 않을 때만 허용된 .” , 다는 것인데 이근식은 이를 밀이 천명한 자유주의의 제 원칙이라고 하였다 이근식 ( 2011, 38-39). 밀의 이 원칙은 자유는 만인 평등사상을 전제로 하는 가치임을 다시 한번 명확히 밝힌 것 이다 만인이 평등하게 중요하므로 누구의 자유도 부당하게 침해되서는 안 되는 것이며 따라서 각 개인의 자유는 이 한도 내에서만 허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원칙대로라면 과거 유럽에서 일반 시민들이 왕족과 귀족들이 전유했던 정치권력 혹은 정치권력 행사의 자유를 자유주의의 이름으로 시민혁명을 통해 제한했듯이 자본주의가 급속히 발전한 세기에는 부자와 대기업 등 경 , 19 제권력자 들의 시장에서의 자유를 사회적 자유주의의 이름으로 규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젠 과거 민주 . ( 주의 이전 시대의 정치권력자와 비슷한 양상으로 경제권력자의 무제한적인 권력 행사가 일반 시 ) 민들에게 심각한 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시민이 평등하게 사회적 자유를 누릴 수 있도 . 록 하기위해서는 이제 경제권력자들의 자유를 민주적 통제 아래 두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19 20 세기 말과 세기 초에 이 사회적 자유주의 사상은 널리 퍼져나갔고 그 결과 적어도 구미 선진사회에서는 자유주의란 곧 사회적 자유주의를 의미하는 진보적 이념인 것으로 인식될 정도 가 되었다 영어 단어 리버럴 이 진보적인 혹은 진보주의자라는 뜻으로 쓰이게 된 배경(liberal) 이기 도 했다 자유주의는 그렇게 본래의 진보성을 회복해갔다 그리고 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그 진보적 자유주의에 기초한 복지국가 혹은 수정 자본주의 체제가 선진 각국에 들어서게 되었다. 이상 간략히 살펴본 바와 같이 자유주의는 어느 때에는 정치권력으로부터의 자유를 그리고 다른 때에는 경제권력으로부터의 자유를 강조한다 경제적 자유를 외치던 고전적 자유주의가 사회적 자유를 중시하는 진보적 자유주의로 그리고 심지어는 평등주의적 자유주의로까지 발전해가는 까닭이다 강조점은 이처럼 시의에 따라 적절히 달라지나 지키고자 하는 가치는 늘 동 일하다 모든 . 개인이 평등하게 누려야 할 자유 바로 그것이다 따라서 특히 사회경제적 약자의 자유 수호는 진보적 자유주의자들의 지상과제이다 이 자유를 훼손하거나 위협할 수 있는 모든 집단이나 조직의 . 권력은 자유주의의 이름으로 제한하고 통제해야 한다 그 권력은 정부일 수도 있고 대기업이나 언론 혹은 종교 집단일 수도 있다 , 그렇다면 자유주의가 그리도 중시하는 만인의 평등한 자유는 무엇으로 수호하는가 사회적 자유주의는 일반 시민들의 가난과 불안 공포로부터의 자유를 강조하는데 과연 그 사회적 자유를 이를테면 경제권력자로부터 보호할 방법이 구체적으로 무엇이냐는 것이다 자유 수호의 구체적 기제에 대한 질문이다.
II. 사회적 자유주의의 방법론은 대의제 민주주의의 활성화
상기한 바와 같이 자유주의의 형성기부터 그 주창자들은 자유 수호의 제도적 기제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꼽았다 즉 모든 개인의 정치적 자유를 전제로 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의해 만인의 . 평등한 자유를 수호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시대가 변했다고 해서 그 이상의 것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민주주의에서 결정한 법 제도 정책 등에 따라 그 범위 내에서 국가가 시장경제에 개입하고 조정함으로써 사회정의와 사회평화를 유지하는 것 이상으로 민주국가 혹은 민주사회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겠는가. 요컨대 사회적 자유주의의 방법론은 민주주의 확대론 그 자체이다 자유 시민을 부당하게 옥죌 수 있는 모든 종류의 권력에 대하여 민주적 통제를 가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결국 민주 . 정치의 운영을 통해 강자와 부자에 대한 약자와 가난한 사람들의 대항력 혹은 길항력(countervailing power)을 길러주고 유지해줌을 의미한다 말하자면 사회적 자유주의 실현의 핵심 기제가 바로 사회경제적 약자를 위한 정치적 길항력의 제공이라는 것인데 이에 대해서는 비교적 상세한 논의가 필요하다. 사실 교과서적 개념을 따르자면 한국의 년 체제는 제대로 된 대의제 민주주의 체 87 제라 고 하기도 어렵다. 대의제 민주주의란 민주국가의 주인인 시민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대표를 대리 ‘ 인 으로 내세워 그들을 통하여 국가공동체를 간접 운영하는 민주주의 형태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니 다수의 시민이 자신들의 정치적 대표를 갖지 못하고 있다면 즉 대표가 없는 상태로 방치되어있다 라고 한다면 그러한 상태에 있는 국가를 대의제 민주주의 국가라고 인정하기는 곤란하다 ’ 그런데 한국 시민의 대다수는 자신들의 선호와 이익을 대표하는 유능한 정치적 대리인을 갖고 있 지 못하다 이는 . 한국 사회에서 가장 큰 집단이라고 할 수 있는 노동자 소상공인 청년 등의 예를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생각해보라 그들 중 누가 자신들의 유력한 정치적 대리인을 갖고 있는가? 대의제 민주주의의 기본 소임은 일반 시민들 특히 사회경제적 약자들에게 정치적 대표성을 제대로 보장해줌으로써 그들이 사회경제적 강자에 맞설 수 있는 정치적 길항력을 갖추게 하는 데 에 있다. 노동이 자본과 중소상공인이 대기업과 청년이 장년과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들과 적어도 정치의 장에서는 동등한 파트너십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자유와 평등 을 수호할 수 있는 정책과 법 제도 등은 적절하게 공급될 수 있다. 년 체제의 수립 이후 만약 87 대의제 민주주의가 본령대로 활발히 작동하고 따라서 정치가 사회경제적 약자들에게 시장에서의 , 길항력을 제공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왔더라면 한국의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 수준 따라서 누구나 평등하게 누릴 수 있는 사회적 자유의 수준은 지금쯤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을 것이다. 그런데 년 체제는 약자들에게 87 정치적 대표성을 제대로 제공해주지 못했다 그들을 정치 . 및 정책 과정으로 포용해내질 못했다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심화와 양극화의 고착이 그 결과였던 것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국가 구성원의 대다수인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선호와 이익 즉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는 대의제 민주주의 체제를 갖추기만 한다면 사회적 자유의 제도적 보장 곧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 건설은 지금부터 시작해도 충분히 달성 가능한 일이 된다 단 그러기 위해선 헌정체제 . , 의 개혁이 불가피하며 그 핵심 목표는 정치적 대표성을 시민들에게 두루 보장함으로써 포용의 정치(politics of inclusion)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데 있어야 한다(Crepaz and Birchfield 2000). 포용의 정치란 이해관계가 서로 부딪히는 즉 갈등 관계에 있는 주요 정치 및 사회경 , 제 세 력들이 한 정치체제 안에 모두 포용 되어 그 내부의 정치 및 정책 과정에 항상 동등하고 효과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는 정치를 일컫는다 이를 달리 말하자면 모든 갈등 주체들이 정 ’치 및 정책 권력을 공유하게 함 으로써 정치적으로 서로 대등한 관계에서 상호 간의 갈등을 대화 ‘ ’ 와 타협을 통해 스스로들 풀어가게 하는 정치를 의미한다 갈등이 심한 나라에서 권력 공유라는 이 . 해법을 통해 약자의 사회적 자유가 부당하게 침해되는 것을 막아주고 그럼으로써 사회 , 통합을 성공 적으로 유지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 그런데 대의제 민주주의 국가에서 갈등 관계에 있는 집단과 시민들의 정치 및 정책 과정 , 참여는 기본적으로 정당을 통해 이루어진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 중소상공인 청년구직자 등과 같은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이익과 선호는 자본가와 대기업 등의 경우와는 달리 그들을 대변하는 유력 정당들이 존재할 때에만 정책 결정 과정에 효과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 따라서 경제 권력에 대한 상시적인 민주적 통제는 이들 약자집단을 포함한 사회의 주요 갈등 주체들을 제대로 대표할 수 있는 복수의 정당들이 의회에 포진해있고 그들이 정부를 구성하며 국가를 운영할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결국 정당정치의 발전이 정치적 대표성의 공평한 보장 대의제 민주주의와 포용 정치의 순작동 그리고 사회적 자유주의 구현의 전제라는 것이다.